[배터리의 화학] Electric Shock!
[※ 본 컨텐츠는 한국화학연구원 제3기 케미러브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작성된 컨텐츠입니다.]
안녕하세요! 작년 케미러브 서포터즈 2기 활동에 이어서
올해도 또다시 케미러브 서포터즈 3기 활동으로 돌아왔습니다 ㅎㅎ
올해는 한국화학연구원의 최신 연구 성과는 물론이고
화학연구원에서 만든 여러 컨텐츠도 함께 소개해드릴 예정이니까요!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 대학생 케미의 하루
대학생인 케미는 오늘도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깹니다. 매일 듣는 소리인데 어떻게 이렇게 매일 짜증이 나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세수와 양치도 하고 깔끔하게 면도까지 마친 뒤 가방에 태블릿 PC와 보조배터리를 주섬주섬 챙겨넣고 집을 나섭니다. 등교길은 언제나 힘이 빠지지만, 무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노래가 케미의 기분을 위로해줍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과 서울의 모습은 매번 새롭게 느껴집니다. 옆 차선에는 테슬라 사의 신형 모델 전기차가 지나가고 있네요. 세련된 파란색으로 도색된 자동차를 보니 문득 같은 색으로 물든 계좌가 떠올라 서글퍼집니다. 먼 길을 떠나 마침내 학교에 도착한 케미! 오늘은 전공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휙휙 넘어가는 강의자료와 스크린을 가로지르는 레이저의 빨간 점을 보고 있자니 점점 정신이 멍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강의실을 나와 도서관으로 향한 케미는 노트북과 무선 마우스를 꺼내고 과제를 할 준비를 마칩니다. 분명 엊그제도, 어제도 과제를 했던 것 같은데 왜 오늘도 과제가 남아있는 것인지 문득 의문이 들긴 하지만, 내가 게으른 탓인가 생각하며 훌훌 털고 과제에 집중합니다.
연달은 수업과 과제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운동을 거를 수는 없죠!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하는 러닝은 케미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입니다. 해가 진 후 형형색색의 조명이 빛을 내는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하는 러닝은 늘 가슴을 두근대도록 하죠. 그 마음을 아는지 스마트워치는 심박수가 170이 넘어갔다고 알람을 울려댑니다. 운동이 끝나면 항상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상쾌한 기분으로 이끌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바쁜 하루를 끝마친 후에 집으로 들어가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를 때면 항상 안도감과 뿌듯함, 피곤함이 뒤섞인 감정이 몰려옵니다. 그렇게 케미의 하루가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 21세기는 전기의 시대
앞서 소개드린 케미의 하루는 실화 반, 지어낸 부분이 반 섞인 이야기입니다! 사실 ‘케미’라는 가상 인물을 등장시키기는 했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흔한 대학생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도 어딘가 익숙하지는 않으신가요?
요즘 뉴스를 보면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여러분, 기사를 볼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분명 역사 시간에 배운 산업혁명은 하나인데, 왜 벌써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 거지?”
사실 산업혁명을 네 단계로 나누는 아이디어 자체와 기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사회학자, 그리고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분분합니다. 보통은 『제3의 물결』을 저술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나 『엔트로피』의 저자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는 ‘3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제시하였고, 독일 및 스위스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가 주최한 ‘다보스 포럼’에서 ‘사물 인터넷(IoT),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의 차세대 인터넷 기술과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연결사회의 도래’를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최초로 주창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고 경계가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3차, 4차 산업혁명과 달리 1, 2차 산업혁명은 비교적 그 정의가 명확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증기기관의 발명이 촉발한 ‘기계화’ 시대의 도래가 바로 1차 산업혁명이고요. 오늘의 주인공인 ‘전기’를 비로소 인간이 통제하여 이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 체계’가 자리를 잡은 시대의 도래가 2차 산업혁명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시기 자동화된 대량생산 공정의 표준과도 같은 형태를 만든 기업이 미국의 ‘포드(Ford)’인지라 2차 산업혁명을 ‘포드주의(Fordism)’의 확산이 일어난 시기라고도 부르는데요. 실은 공정의 완전한 전기화를 최초로 성공한 기업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그곳이 어디냐구요? 바로 동명의 케첩으로 유명한 미국의 초거대식품기업,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사(社) 입니다!
▶ 전선으로부터의 해방
사실 2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전기의 시대’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씻을 때도, 수업을 듣거나 운동을 할 때에도, 심지어는 그저 방 안에 멍하니 가만히 앉아있을 때에도 우리는 계속 전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전기’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것일까요?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실 굉장히 심오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펼쳐야 합니다. 아예 전기라는 현상 하나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전자기학’이라는 거대한 물리학 분야가 존재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그 방대한 이야기들을 콘텐츠 하나에 펼쳐내기에는 제 블로그가 너무 작고, 무엇보다 ‘화학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인 만큼 그중 필요한 부분들만 뽑아서 간략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전기 에너지로 작동하는 기기들은 내부의 회로에 ‘전류’가 흘러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전류란 엄밀히 말하면 그 종류와 무관하게 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가 흐르는 현상 자체를 의미하는데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 중 하나인 ‘전자’가 흐르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기기 내부의 회로에 높은 에너지의 전자가 흘러들어와 ‘일’을 하면 비로소 기구가 작동하게 되는데요. 마치 높은 곳에서 물이 떨어지면 그 아래에 있는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전자기기가 계속 작동하려면 높은 에너지의 전자가 꾸준히 기구 내부로 흘러들어와야 하고, 동시에 기구에서 일을 다 마치고 에너지가 낮아진 전자가 다시 높은 에너지를 가지도록 ‘펌핑’을 해주어야 하는데요.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서 쓰는 전자제품은 그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변압기, 전신주, 송전탑을 거쳐 발전소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발전/송전 시스템이 이 작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콘센트가 필요한 제품들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지 않으면 전자를 흐르게 할 원동력이 없어진다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는 플러그 없이도 작동하는 전자제품 혹은 기구들은 도대체 어디서 전자를 밀어주고 순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을 얻는 걸까요? 다르게 말하면 무엇이 이 친구들을 전선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을까요? 바로 ‘배터리(Battery)’, 즉 ‘전지’입니다!
▶ 당신 곁에는 항상 ‘배터리’가 있습니다!
전지는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작용이 일어나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태양광 전지처럼 광전효과를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광전지’도 존재하지만, 보통 전지라고 하면 대부분 ‘화학 에너지’와 ‘전기 에너지’ 사이의 전환을 담당하는 장치인 ‘화학 전지’를 의미하죠.
화학 전지는 다시 화학 반응을 통해 물질 속의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인 ‘갈바니 전지’와, 전기 에너지를 가해주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인 ‘전기 분해 전지’로 구분되는데요. 두 가지 모두를 다루고 싶지만 그러면 내용이 너무 산만해질 것이라 이 콘텐츠에서는 갈바니 전지만을 다루려고 해요! 그러니 앞으로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전지’, 혹은 ‘배터리’라고만 나와있다면 ‘갈바니 전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계 최초의 화학 전지는 1800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볼타가 최초로 만든 화학 전지는 전극과 전해질의 두 부분으로만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많은 구성 요소들이 전지에 추가되고 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전극과 전해질만큼은 어떤 전지든 빠지지 않고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전극(electrode)은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으로, 건전지에 (+)극과 (-)극이라고 쓰여있는 부분이 전극입니다. 전지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는 산화 전극(anode)과 환원 반응이 일어나는 환원 전극(cathode)이 항상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요. 산화 전극에서 산화 반응을 통해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를 방출하면 그 전자가 도선을 타고 일을 한 다음 에너지가 낮아진 채로 환원 전극 쪽으로 넘어와 환원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때 두 전극 사이의 에너지 차이가 곧 전류를 흐르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데, 바로 이 에너지 차이를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전위차’, 다른 말로 하면 ‘전압(voltage)’이라는 값입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권에서는 ‘(+)극과 (-)극’이라 부르는 단어를 영어권에서는 ‘plus/minus electrode’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전자기학에서는 전지의 (-)극에서 전자가 나와서 (+)극으로 흘러간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환원 전극을 가리키는 용어인 cathode 가 양극, 산화 전극을 가리키는 용어인 anode 가 음극을 지칭하게 된답니다!
한편 전자가 흐르려면 기본적으로 닫힌 회로가 완성되어야 하는데요. 보통 전지에서 전극은 서로 공간적으로 맞닿아있지 않기 때문에 닫힌 회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전극 사이를 이어주면서 전하가 이동하는 통로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이 바로 ‘전해질(electrolyte)’인데요. 전해질에는 각종 이온이 녹아있어서 이온들의 이동으로 전지 내부의 회로를 완성해주는 것은 물론, 때로는 전극 반응에 참여하는 물질들도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혹시 이런 실험을 하는 것 본 적이 있으신가요? 윗 문단에서 거창하게 여러 전문 용어들을 써서 설명을 해드려서 이해가 어려우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영상에 나오는 오렌지 과일 전지가 대표적인 볼타 전지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도 잘 설명을 해주셨지만 오렌지 과일 전지의 경우 아연과 구리 금속판이 각각 산화 전극과 환원 전극에 해당되고, 오렌지즙이 전해질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주시면 이해가 더 편하실 것 같아요 :)
▶ 다 같은 ‘배터리’가 아니다?
볼타가 최초의 화학 전지를 개발한 후로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지금, 우리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전지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분류할 때 가장 큰 기준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충전’이 가능한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충전’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들은 충전이 정확히 어떤 과정인지 알고 있으신가요? 어렴풋이 ‘스마트폰에게 밥을 주는’ 과정이라고만 알고 계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우리가 전지를 사용하면 전지 내부에서 열심히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전류를 흘려보내는데, 이를 ‘방전(discharge)’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방전이 일어나면 전극이 변화하거나 전극 반응에 필요한 물질들이 소모되기 때문에 점차 전지가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능력이 감소하죠. 그런데 외부에서 전지 내부로 전류를 흘려보내면 각각의 전극에서 방전이 일어날 때의 전극 반응의 역반응이 일어나면서 다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능력을 회복하기도 하는데요. 이 과정을 ‘충전(charge)’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방전 과정에서의 전극 반응이 비가역적이거나 혹은 역반응이 일어나더라도 본래의 물질이 재생성되지 않는 경우는 전지의 충전이 일어나지 않는데요, 이처럼 방전만 가능하고 충전 전지를 우리는 ‘일차 전지’라고 부릅니다. 일차 전지의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우리가 흔히 ‘건전지’라고 부르는, 원통형으로 생긴 ‘알칼리 전지(alkaline battery)’인데요. 알칼리 전지의 경우 주로 양극에는 이산화망간, 음극에는 아연 분말, 전해액은 높은 농도의 수산화칼륨 용액이 사용됩니다. 전해액으로 쓰이는 수산화칼륨 용액이 염기성(alkaline)이라 알칼리 전지라 불리고, 이 전해액을 액체 상태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아연 분말과 함께 고체의 젤 형태로 섞어서 쓰기 때문에 ‘건(乾)전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한편 일차 전지와 반대로 충전이 가능한 전지를 이차 전지라고 부르는데요, 대표적인 이차 전지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위한 배터리인 ‘납축전지(lead-acid battery)’입니다. 납축전지는 산화 전극에 납 금속, 환원 전극에 이산화납을 사용하고 전해질로 진한 황산 수용액이 들어갑니다. 납축전지의 경우 방전 과정에서는 양쪽의 전극 모두에서 ‘황산 납’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요. 적절한 전압을 가해주면 황산 납이 다시 납과 이산화납으로 돌아가면서 충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외에도 전극에서 일어나는 반응 및 사용되는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전지가 존재하는데요. ‘단추형 전지’라고도 불리는 수은건전지(mercury battery)나 알칼리 전지와 비슷하지만 수산화칼륨 용액 대신 염화암모늄을 전해액으로 쓰는 망간 전지(manganese cell), 비행기의 시동용 배터리로 주로 활용되는 니켈-카드뮴전지(nickel-cadmium battery) 등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 ‘배터리’가 미래다?!
최근 뉴스를 보면 21세기가 ‘배터리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배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배터리를 주목하는 것일까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배터리 기술은 왜 중요할까요? 그것은 전 세계적인 목표인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모로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바로 ‘탄소중립’입니다. 즉, 이산화탄소의 알짜 방출량이 0이 되는 사회를 구현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나는 ‘모빌리티’, 즉 운송 수단을 움직일 동력의 혁신이고 하나는 ‘발전’, 즉 가정과 산업체에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거대 시스템의 혁신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42%를 발전 부문이, 22%를 운송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두 분야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배터리는 여러모로 많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 방안의 일환으로 석유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일정 기간까지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국가들은 이미 여럿 존재하는데요. 이에 발맞추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혹은 수소자동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은 전기 에너지이고 도로 한복판에서 자동차에 플러그를 꽂아놓고 다닐 수는 없는 만큼, 전기자동차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차체에 배터리가 반드시 탑재되어야 합니다. 테슬라 사의 ‘모델S’ 나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시리즈를 비롯하여 현재 ‘전기차’라고 불리는 제품들은 마치 주유를 하듯 충전소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충전하여 전기 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주행 시에 사용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요. 그 외에도 아래에서 설명할,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자동차인 ‘수소자동차’ 역시도 내연기관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기술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배터리를 자동차 외의 운송 수단에 탑재하려는 시도 역시 늘어나고 있는데, ‘코리디아 아이린트’와 같은 철도나 암모니아 연료전지 선박, 심지어는 수소 항공기까지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차세대 항공 운송 수단으로 주목을 받는 드론 역시도 배터리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구동하므로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 혁신의 성패는 곧 배터리 기술의 혁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배터리는 미래 발전 시스템의 구축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석탄화력발전소 및 원자력 발전소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두 방식 모두 원료 고갈이 필연적이고 석탄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원자력 발전소는 방사선 누출 사고 우려 및 사용 후 핵연료 보관 문제 때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 방식으로서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한 화력 혹은 원자력 발전소는 혐오시설이라서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여러 대를 설치하여 도시로 전기를 집중시키는 발전-송전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하고, 유연한 가동 중단 및 재개가 어려워 24시간 365일 내내 발전과 송전을 진행해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현재의 전력 시스템에서는 몇몇 발전소의 가동이 동시에 중단될 경우 국가 전체의 전력망이 마비될 수 있고, 실제 전력 사용량과는 무관하게 전력이 공급되어 전력의 낭비를 피할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각종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 ‘에너지저장체계(ESS)’와 ‘분산발전(distributed microgeneration) 시스템’입니다. 에너지저장체계는 말 그대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 에너지의 잉여분을 송전하는 대신 발전소 혹은 별도의 장소에 저장해둘 수 있도록 만든 체계를 의미하는데요. 현재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엄청나게 많이 쌓아둔 창고에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과 수소 혹은 암모니아와 같은 연료의 형태로 우선 저장한 후 필요할 때에 연료전지를 활용하여 다시 전기 에너지를 꺼내어 쓰는 방식이 모두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편, 분산발전은 거대한 발전소에서 전력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는 도시 단위에서부터 작게는 가정 단위까지 전력의 수요가 있는 장소 주변에 소규모 발전 설비를 만들어 전기 에너지를 분산 공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관련 분야의 전문가이신 교수님께 여쭈어본 결과 현재는 천연가스를 활용한 분산발전 방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결국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비(非)탄소 발전이 필요한데, 훗날 그 역할을 수소연료전지가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지금 가장 ‘핫’한 배터리들
이처럼 배터리는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서는 여러모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요즘 가장 ‘핫’한 배터리는 무엇일까요? 눈치가 빠르신 분들이라면 위의 글을 읽으시면서 유독 많이 언급되는 전지가 있어 대강 감을 잡으셨을텐데요. 바로 ‘리튬이온전지’와 ‘연료전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리튬이온전지는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 주제로 선정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워낙 흥미로운 주제인 만큼 별도의 컨텐츠에서 다루어 보았으니 아래 글을 참조해주세요!
[리튬] 하얀 석유의 시대
[※ 본 컨텐츠는 한국화학연구원 제3기 케미러브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 하얀 석유의 시대 석유는 현대 산업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자원입니다. 현대 도시의 도로를 점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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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인 ‘연료전지’란 무엇일까요? 연료전지는 연료의 산화 반응을 통해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를 의미합니다. 보통 연소, 즉 불을 이용해 태우는 방식으로 열이나 빛에너지를 얻는 것과는 대조되는 방식이죠. 연료전지에 사용될 수 있는 연료는 상당히 다양한데요. 그 중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것은 수소연료전지와 바이오매스 연료전지입니다.
수소연료전지는 이름 그대로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 전지입니다. 보통 매체에서 아무런 수식어 없이 ‘연료전지(fuel cell)’라고 부른다면 이 배터리를 지칭할 정도로 대표적인 형태이기도 하죠. 수소연료전지의 산화 전극에서는 수소 기체가 수소 이온으로 쪼개지면서 전자를 내놓고, 환원 전극에서는 산소 기체가 전자를 받아 수소 이온과 함께 반응하여 물을 생성하는데요.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물 외의 부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수소가 워낙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물질이라 배터리의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서 얻을 수 있고,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물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연료 고갈의 염려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도 존재하죠. 한국화학연구원 역시도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의 제조공정 국산화를 위한 기반이 되는 기술의 개발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수소연료전지에 사용하는 수소의 대부분은 효율성 및 경제성의 문제로 물이 아닌 화석연료의 분해로부터 생산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소연료전지는 완벽히 친환경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수소 자체가 폭발성이 있을뿐더러, 저장과 운반이 어렵기 때문에 수소를 ‘캐리어(carrier)’라 불리는 다른 형태의 물질로 저장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물질이 바로 ‘암모니아’입니다. 심지어 일부 연구자들은 암모니아를 단순히 수소 운반체로서가 아니라 연료전지의 연료 자체로서 활용하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역시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암모니아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11월 컨텐츠에서 다룰 에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수소연료전지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많은 기대를 받는 것 중의 하나는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연료전지입니다. 바이오매스란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체의 부산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탄소 자원을 의미하는데요. 가지에서 떨어진 나뭇잎이나 나무의 껍질, 해조류, 동물의 분변 등이 모두 바이오매스 연료의 제조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바이오에탄올’이 연료전지의 연료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일본의 자동차 회사 닛산의 경우 바이오에탄올로부터 수소를 뽑아내는 ‘개질’ 과정을 포함한 연료전지를 개발하여 이를 자사의 자동차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연구진들이 바이오에탄올을 개질 과정 없이 직접 산화시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직접 에탄올 연료전지’ 역시 연구하고 있는데요. 이 경우 산화 전극에서는 에탄올이 산화되어 이산화탄소가 되는 반응이 일어나고, 환원 전극에서는 수소연료전지와 동일하게 산소 기체가 전자를 받아 물이 되는 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바이오에탄올을 활용한 연료전지는 에탄올의 생산단가가 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에탄올 자체가 이미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운반과 저장이 훨씬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다만 여전히 바이오 부산물 속의 물질을 에탄올로 전환하는 반응과 에탄올의 산화 반응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촉매의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결국은 전지 반응의 최종 생성물이 이산화탄소인 만큼 이를 포집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상쇄할 기술 역시도 함께 연구되어야 합니다.
▶ 배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볼타가 처음 전지를 발명한 이래로 200년간 배터리는 수없는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염다리가 추가되기도 했고, 건전지가 등장하기도 했죠. 그런가 하면 카드뮴 전지나 수은전지는 폐기된 후에도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되거나 사람들에게 배척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배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배터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충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배터리 자체의 무게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특성 상 에너지 출력의 면에서도 한계가 명확하죠. 더불어 아직까지 상용화된 배터리들은 저렴하다고는 볼 수 없는 자원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앞으로도 더 가볍고, 더 많은 전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배터리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리튬 대신 나트륨 금속을 이용한 '소듐 전지'를 개발하려는 노력이나 리튬 이온 배터리의 무게를 대폭 감소시킨 리튬-공기 전지 등이 그 예시죠. 그러나 전선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배터리가 등장하였듯, 어쩌면 사람들은 앞으로 배터리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것처럼 먼 훗날에는 배터리 대신 모두가 소형 원자로로 작동하는 기기를 들고 다니게 될 지도 모르죠. 확실한 것은, 과학자들은 단순히 '더 나은 배터리'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연구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과학기술이 세상을 더욱 멋있고 편하고 자유로운 곳으로 만들어줄지 관심을 가져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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