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컨텐츠는 한국화학연구원 제3기 케미러브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 하얀 석유의 시대
석유는 현대 산업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자원입니다. 현대 도시의 도로를 점거하며 달리고 있는 네 발 달린 자동차의 훌륭한 먹이이기도 하지만, 염료나 플라스틱 등 각종 제품들의 원료로서도 높은 가치를 가진 물질이죠. 이 때문에 사람들은 석유를 두고 ‘검은 황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석유를 판매하여 벌어들이는 자본을 의미하는 ‘오일머니’의 힘으로 국가 전체의 재개발을 진행하기도 하고, 석유가 외교적 무기로 활용되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도 하는 등 그 위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심지어 과학기술사를 연구하시는 학자 분들은 인류가 전기화와 동시에 석유라는 자원을 사용하 시작함으로써 현대자본주의의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을 하시기도 하죠.
그런데 여기, 2016년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발간한 보고서에서 ‘하얀 석유’라고 지칭한 자원이 있습니다. 이들은 2025년까지 이 자원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는데, 실제로 세계적인 수요의 폭증과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이 2022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해당 자원을 회사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이 자원의 확보를 위해 무려 아르헨티나의 한 호수를 통째로 매입하기도 했으며, 이 자원과 관련된 기업의 주식들은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죠. 이 자원이 무엇이냐고요? 바로 ‘리튬’입니다.
지금에야 리튬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리튬이란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리튬이란 물질의 존재는 아시더라도 여전히 이것이 어떤 물질인지를 아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어쩌면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다이아몬드 모양의 투명한 겉껍질 안에 보라색과 검은색이 섞여 있는 단단한 보석을 떠올리실 수도 있겠습니다. 무려 15년 전인 2007년, 가히 국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에 ‘니할 사막’ 지역이 업데이트가 되었을 때에 뜬금없이 ‘리튬’이라는 이름의 아이템도 함께 추가되었는데 그 아이템의 생김새와 묘사가 딱 저랬이었거든요.
물론 실제 리튬은 보라색이 아닌 백색 혹은 은색에 가까운 금속이고, 순수한 리튬은 단단하기는커녕 주방용 칼로 과일 썰 듯이 썰 수 있을 정도로 무릅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이 게임에서 리튬과 관련하여 고증(?)이 잘 이루어진 부분도 있는데 바로 사막 지역에서 흔히 채굴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금 사막’이자 ‘야경 스팟’으로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50%를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역시도 리튬 광산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포스코가 인수했다고 소개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가 있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이들 세 국가는 이미 ‘리튬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며 리튬을 캐기 위한 대규모 염전들이 속속 위치해있습니다.
▶ 삶 속 곳곳의 리튬
리튬은 원자 번호 3번의 원소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속 중 가장 가볍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기율표 상에서는 1족에 위치한 알칼리 금속으로, 물에 넣는 경우 격렬히 반응하므로 보통 바셀린에 넣어 보관합니다. 중학생 독자분들이시라면 특히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을텐데요. 중학교 2학년 과학에 수록되어있는 내용인 금속의 불꽃 반응에 대해 배울 때, 불꽃 반응으로 원소를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의 예시로 동일한 불꽃색을 가지는 스트론튬과 함께 항상 언급이 되기 때문입니다.
금속 리튬 자체는 앞서 말씀드렸듯 반응성이 너무 커서 다루기 힘들지만, 리튬 양이온이 포함된 리튬염의 경우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특유의 선명한 붉은 불꽃색 덕분에 불꽃놀이용 화약에 자주 쓰이기도 하고, 수산화리튬의 경우 윤활제(그리즈)의 점성을 높이거나 잠수함, 우주선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물질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한 탄산리튬의 경우 유리의 녹는점과 점성을 낮추어서 제조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고 유리의 광학적, 기계적 성질을 증대시키는 용도로 쓰인다고도 하네요.
또한 특이하게도 리튬염은 한 의학 분야에서 유독 자주 사용되는데요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1948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신과 의사였던 존 케이드(John Cade)는 리튬의 투여가 조울증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가설을 최초로 제안하였는데요. 이후 1954년 덴마크의 정신과 의사 모겐스 쇼우(Mogen Schou)가 이를 엄밀히 검증하면서 리튬은 비로소 조울증 치료 약물로서 명성을 얻게 됩니다.
여담으로 미국을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록 밴드인 너바나(Nirvana)의 명곡 중에는 ‘리튬(Lithium)’이라는 제목을 가진 곡이 있는데요. 몇몇 평론가들은 이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두고 조울증 치료제인 리튬염을 종교에 빗댄 것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합니다. 한편 50년 후인 2000년대에는 리튬이 조울증 뿐만 아니라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2022년 현재 해당 약물의 2상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리튬염이 인간과 알츠하이머 사이의 기나긴 전쟁에서 또다른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 2019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
하지만 무엇보다 리튬이 ‘하얀 석유’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주목을 받는 자원이 된 이유는 바로 리튬이온 배터리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카메라와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와 테슬라의 ‘모델S’,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시리즈’와 같은 전기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재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인데요. 배터리가 무엇인지, 또 이차전지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배터리에 대해 다룬 아래 콘텐츠에서 다루었으니 먼저 읽고 오시면 아래의 내용을 이해하시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터리의 화학] Electric Shock!
[※ 본 컨텐츠는 한국화학연구원 제3기 케미러브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작성된 컨텐츠입니다.] 안녕하세요! 작년 케미러브 서포터즈 2기 활동에 이어서 올해도 또다시 케미러브 서포터즈 3기
worldchemistory.tistory.com
현존하는 이차전지 중 최고의 효율을 가진 배터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크게 음극재(anode material)와 양극재(cathode material), 전해질(electrolyte), 분리막(separator)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음극재와 양극재는 말 그대로 음극과 양극에서 산화-환원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이고, 전해질은 전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 이동의 매개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분리막은 이름 그대로 양극과 음극을 공간적으로 분리해주는 얇은 막을 의미하는데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표면에서 리튬 이온이 리튬 금속으로 환원되면서 날카로운 돌기(dendrite) 모양으로 자라날 수가 있는데, 이 리튬 금속 돌기가 과도하게 자라나서 음극에 닿으면 ‘단락(short-circuit)’이 일어나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 분리막을 필수적으로 넣어주는 것입니다. 한편 이 네 가지 구성 요소를 배치하는 방식에 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러 종류로 분류되는데요. 금속 재질의 원통 안에 양극과 분리막, 음극을 순서대로 말아서 뚜껑을 덮고 전해액을 주입하는 원통형 전지(cylindrical cell)와 각각의 물질을 막 형태로 만들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플라스틱 통 내부에 켜켜이 쌓는 사각형 전지(prismatic cell)가 가장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작동 원리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흔들의자(rocking-chair)형 리튬이온 배터리’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배터리의 음극과 양극 모두에서 리튬 이온이 가역적으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죠. 잠깐. ‘들락날락’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정말 특이하게도 리튬 이온은 특정한 고체 결정의 비어있는 자리로 끼어들어가서 머무르다가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튬 이온의 거동을 과학자들은 ‘층간삽입(intercalation)’ 이라고 부르는데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방전이 일어날 경우 음극재에 삽입되어있던 리튬 이온이 빠져나가면서 높은 에너지의 전자를 내놓고, 도선을 따라 흐르면서 에너지가 낮아진 전자는 양극, 즉 환원 전극으로 흘러들어와 양극재의 금속 산화물 결정 안에 리튬을 삽입시키고 결합을 형성합니다, 그와 동시에 전해질에서는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분리막을 넘어 음극 쪽으로 이동하면서 회로가 완성되어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사실 1970년대에 최초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개발되었을 때에는 지금과는 약간 다른 형태였습니다. 미국의 거대 정유회사인 엑슨모빌(Exxonmobil)에서 근무하였던 마이클 스탠리 휘팅엄(Michael Stanley Whittingham) 교수는 양극재로는 리튬 이온의 층간삽입이 가능한 이황화타이타늄 결정을, 음극재로는 순수한 금속 리튬 전극을 사용한 TiS2/Li 배터리를 개발하였는데요. 양극재와 음극재 모두 현재와는 사뭇 다른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특히 음극의 경우 층간삽입이 아니라 금속과 금속 양이온 간의 반응이 일어나는 형태였습니다. 양극재의 경우 1979년 옥스퍼드 대학의 존 B. 굿이너프 (John B. Goodenough) 교수가 리튬-코발트 산화물 (LiCoO2) 전극을 개발한 이래로 리튬과 다른 금속을 동시에 포함하는 산화물 형태의 전극이 표준처럼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현재 상용화되어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로 들어가는 세 종류의 양극재인 층상 리튬-코발트 산화물(layered LiCoO2, 1979년), 스피넬 리튬-망간 산화물(spinel LiMn2O4, 1983년), 올리바인 리튬인산철(olivine LiFePO4, 1997년)을 모두 굿이너프 교수님이 발견하셨으니, 얼마나 괴물 같은 연구 업적을 남기신 것인지 짐작이 되시겠죠?😜 한편 음극재의 경우 앞서 설명드렸던 단락의 위험성 때문에 순수한 리튬 금속을 대체할 새로운 물질을 발견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요. 1985년 마침내 일본의 공학자 요시노 아키라(Yoshino Akira) 교수가 유기용매로 둘러싸인 리튬 이온이 층간삽입 될 수 있으면서도 층간삽입 과정에서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 석유코크스를 음극재로 선택하여 LCO/LiC6 배터리를 개발함으로써 현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는 기술의 특허가 출원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91년, 일본의 소니(SONY) 사에 의하여 이러한 ‘rocking-chair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초로 대량생산 및 상용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앞서 소개드린 세 분의 교수님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명에 대한 공로로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는데요. 특히 굿이너프 교수님의 경우 수상 당시 연세가 미국 나이로 97세로 최고령 노벨상 수상 기록을 경신하여서 소소한 이슈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 더 나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위하여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의 업적을 한 마디로 “그들은 충전이 가능한 세상을 창조했다”고 정리하였는데요. 사실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있기까지에는 이 세 분들 외에도 정말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숨어있었습니다. ‘Rocking-chair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프랑스의 화학자 미셸 아르망(Michael B. Armand)이 처음으로 제시하였으며, 아키라 요시노 교수가 석유코크스를 음극재로 채택한 배경에는 위르겐 베젠하르트(Jürgen O. Besenhard) 교수와 라시드 야자미(Rachid Yazami) 교수를 비롯한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 유기용매에 녹아있는 리튬 이온이 흑연에 가역적으로 층간삽입 될 수 있음을 발견한 덕이었습니다. 전해질로 종종 활용되는 육불화인산리튬(LiPF6)을 비롯한 몇몇 물질들과 분리막으로 자주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스터의 제조 공정 역시도 수많은 화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다양한 후보군들을 시험대에 올리고 실험해 본 결과 발견해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이 네 가지 요소 외에도 각종 센서와 소자, 신소재 등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기울인 노력의 집약체가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배터리의 성능을 평가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고려됩니다. 무게나 부피는 물론이고 배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과 연관된 수치인 ‘전지 전압(cell voltage)’, 단위 무게 혹은 부피 당 생산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 아무런 회로를 연결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전극 반응에 의해 방전이 일어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자가방전율(self-discharge ratio) 등이 모두 포함되죠. 리튬이온 배터리는 다른 이차전지에 비하여 이 모든 것에서 우월한 성능을 갖춘 것에 더해 완전방전을 하지 않고 충전을 할 경우 배터리의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인 ‘메모리 효과(memory effect)’도 일어나지 않는 등 앞서 말씀드렸듯 현존하는 이차전지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 삶의 곳곳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가 여전히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생산 단가가 비싸고, 자원이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매장되어있어 패권 다툼이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극에서 자라나는 리튬 금속 돌기에 의해 분리막이 찢어지는 경우 전해액이 누출되거나 단락이 일어나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과충전을 방지하는 내부 시스템이 고장나 과충전이 되는 경우 전해액이 과열되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메모리 효과가 없는 대신 오히려 완전방전 시에는 성능이 감소하는 문제점도 보고되어 있고요. 무엇보다 전극 표면과 전해질의 계면에 형성되어 전지의 효율과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각종 리튬염 및 활성을 잃은 ‘죽은 리튬(dead lithium)’들이 매우 불규칙하게 엉겨붙어있는 ‘SEI(solid-electrolyte interphase) 층’에 대한 우리의 이론적인 이해도는 아직 매우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SEI 층과 배터리 내부 물질들의 성질 및 거동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증진하려는 연구 역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전해질과 전극 소재의 개선을 통해 더 가볍고 더 안전하며 에너지 밀도와 전압, 충전효율이 더 높은 배터리 시스템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화학연구원 역시도 국내 기업들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용 고용량 음극재를 개발하고 기술이전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 (김청한, 2017) (이진현, 2018)
▶ 리튬 배터리 계의 ‘게임 체인저’?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아예 현재의 정형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틀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리튬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요. 가장 유력한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삼총사가 바로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그리고 ‘리튬-공기 배터리’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발생 가능성을 극도로 낮추기 위해 고안된 배터리입니다. 양극재로 LCO를 사용하는 경우 충전 과정에서 양극재 속 리튬 이온이 빠져나가면서 코발트의 산화수가 3가에서 4가로 증가하여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요. 이 불안정한 코발트가 근처의 산소로부터 전자를 뺏어오고, 그결과 불안정해진 산소가 전해액 속의 용매와 반응하여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연쇄 작용에 의한 폭발은 단락에 의한 화재와 더불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주범으로 자주 꼽히고 있는데요. 액체 상태의 용매에 염을 녹인 전해액 대신에 아예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여 두 가지 요인 모두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물론 단순히 안전성 측면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전해질을 사용하면 무게와 부피를 대폭 줄이면서도 높은 충전용량을 확보할 수 있고 충전 속도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는데요.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에 금속 산화물 대신 고체 황(S8)을, 음극재에는 순수한 리튬 금속을 사용한 전지인데요. 방전 과정에서 음극의 리튬 금속이 리튬 이온으로 산화되어 전자를 내보내고, 양극의 황은 단계적으로 Li2Sn 형태의 ‘리튬폴리설파이드’를 거쳐 황화리튬(Li2S) 으로 환원되는 ‘셔틀’ 반응이 일어납니다. 양극재인 황은 코발트나 망간 등의 금속에 비해 값이 싸고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할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의 부산물로부터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면에서 큰 강점을 가지는데요, 이에 더해서 황에서 황화리튬으로 환원되는 반응의 매 단계에서 전기 에너지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황 자체도 금속에 비해 질량이 가볍기 때문에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다는 장점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리튬-공기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공기를 활용하는 리튬 배터리로 음극에는 리튬 금속을, 양극에는 다공성 탄소에 촉매를 담지한 전극을 활용합니다. 이때 양극 쪽이 공기와 직접 접촉하고 있으면 ‘비수계(non-aqueous type)’, 전해질 수용액에 담겨 있으면 ‘수계(aqueous type)’ 리튬-공기 전지라고 불리는데요. 비수계의 경우 양극에서 리튬 이온이 전지를 받아 환원된 상태의 산소와 결합하여 고체 상태의 리튬 산화물을 형성하는 반면, 수계의 경우 전자를 받은 산소가 리튬 이온 대신 물과 반응하여 수산화 이온을 형성합니다. 현재는 리튬 산화물의 완전한 가역적 분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안정성과 무게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비수계 리튬-공기 전지가 주로 연구되고 있는데요. 양극 부분이 다공성 탄소막과 공기로만 구성되는 만큼 다른 리튬 기반 배터리에 비해 매우 가벼운 데에 반해 에너지의 저장 용량은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10배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아직 상용화가 이루어지기에는 많은 기술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하죠.
한국화학연구원의 에너지융합소재연구단도 리튬 기반 배터리의 게임 체인저들이라 할 수 있는 이 세 전지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고체 전해질과 전극을 개선하여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고분자 전고체 배터리’의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을 실시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고, 리튬-황 전지에 들어가는 전해질과 전극의 핵심 소재를 개발하여 <Advanced Science>를 비롯한 유수의 국제 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투고하였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리튬-공기 배터리와 연관된 핵심 원천기술의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죠. 앞으로도 이 '게임체인저'들의 혁신적 연구에 앞장설 한국화학연구원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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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수, “최정우, ‘하얀 석유’ 리튬울 포스코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비즈니스포스트, 2019년 2월 15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14374
박수진, “'하얀 석유' 리튬 쟁탈전… 중국 수십억달러 베팅 vs 한국은 철수”, 한국경제, 2017년 12월 21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7122164151
윤정민, “3120억에 … 철의 포스코, 아르헨 ‘황금소금’ 캐내는 까닭“, 중앙일보, 2018년 8월 28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s://news.joins.com/article/22919158
박혁진, “‘차세대 먹거리’라 떠들던 리튬 개발 어떻게 됐나”, 주간조선, 2014년 7월 28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1&nNewsNumb=0023171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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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배터리에만 있지 않아요’…정신질환 치료물질 ‘리튬’”, 사이언스온, 2017년 7월 10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scienceon.hani.co.kr/532104
이즘, “커트 코베인 25주기, 그의 업적을 기리다”, 채널예스, 2019년 4월 26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ch.yes24.com/Article/View/38690
원종혁, "조울증 치료제 리튬 신약 "알츠하이머병 개선혜택 저울질" , 디멘시아뉴스, 2022년 5월 20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정영민, 조원일. 2010, “리튬이온이차전지 기술 동향과 미래 전망”, 세라미스트 13(5): 7-14. https://www.dbpia.co.kr/journal/voisDetail?voisId=VOIS00076385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요소”, 삼성SDI, 2018년 1월 18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s://www.samsungsdi.co.kr/column/technology/detail/55269.html?pageIndex=1&idx=55269&brdCode=001&listType=gallery&searchKeyword=
김청한, “2차 전지의 왕좌에 있는 리튬이온전지”, KISTI의 과학향기, 2017년 8월 28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http://scent.ndsl.kr/site/main/archive/article/2차-전지의-왕좌에-있는-리튬이온전지?cp=1&sv=리튬&pageSize=8&sortDirection=DESC&listType=list&catId=11&artClass=100
이진현, “리튬이온 배터리의 진실”, 포스테키안, 2018년 4월 17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최현규, 박종규 and 권영일, 2014 KISTI 미래유망기술 10선: 리튬황전지, 대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15. 2022년 10월 31일 접속.
LG에너지솔루션, "하늘을 나는 차세대 배터리, 리튬황배터리", 배터리인사이드, 2021년 11월 11일 수정, 2022년 10월 31일 접속,
박용준, 윤선혜 and 김진영, 2017, “리튬-공기 이차전지의 원리 및 연구동향”, KIC News 20(3): 1-14. 2022년 10월 31일 접속. UCI : I410-ECN-0102-2018-500-000602840
한국화학연구원, "리튬이온·리튬황·전고체 전기차 배터리 삼파전", KRIC Magazine 195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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